작년 2월, 저는 3기 마지막 입학 설명회에 혼자 앉아있었습니다. 그 날 읽었던 1, 2기 선배님들의 후기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제가 지금 후기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 어색하게만 느껴집니다. 안녕하십니까? 셰필드대학교에서 International Relations & Politics를 전공하게 된 NCUK 학사진학과정 3기 정 원선 입니다. 저는 장래희망이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것이고, 전공하고 싶은 과목인 국제관계학도 영국이 발상지이기 때문에 영국 유학을 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러다가 본 과정을 찾았고 이 과정을 통하여 유학을 결심한 순간부터 제가 가장 가고 싶었던 대학에 합격을 함으로써 한 발짝씩 꿈에 다가가는 중입니다.
지원하기 전 보았던 이 과정의 좋은 점은 한국에서 준비를 하고 갈 수 있다는 점과 편입이 아닌 신입생으로 대학에 입학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과정을 무사히 마친 지금 꼽을 수 있는 이 과정의 장점은 훨씬 더 많습니다. 먼저 절대평가인 시험을 들 수 있습니다. 남이 잘하면 내가 아무리 잘해도 1등급을 못 받는 것이 아닌, 이상적인 경우 다같이 열심히 공부해서 다같이 100점을 받을 수도 있는 평가체계이기 때문에 누가 얼마나 잘할까를 신경쓰기보다는 정말 내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끼리 그룹으로 도와가면서 공부하는 분위기도 절대평가여서 더 잘 형성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자기소개서를 쓰는 과정에서 주어지는 진로에 대한 고찰의 기회가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선택한 학과, 미래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적어내기 위해서 최소 한 달에서 최대 한 학기까지의 시간을 이 과정 중에 투자합니다. 그렇게 쓴 자기소개서로 대학에 지원하면서 친구들과는 물론이고 선생님, 교수님들과도 삶의 방향에 대한 진중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저에게는 꿈을 더 구체화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같이 공부한 친구들도 진로에 대한 답들이 명료합니다. 또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들어왔기 때문에 이전까지의 인간관계는 대부분 비슷한 배경의 사람들과 맺어왔습니다. 그런데 이 곳에 와서 나이도 경험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많은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이 외에도 같이 영국에서 공부하게 될 친구들을 얻은 것도, 성심 성의껏 가르쳐 주신 EAP 선생님들과 교수님들께 수업을 받을 수 있던 것도, 꼼꼼하게 진학부분을 도와주신 IEN을 알게 된 것도 다 기쁩니다.
물론 작년 일년 동안 매일매일이 즐겁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학생도 재수생도 아닌 정체성의 혼란에도 힘들었고, 입학 첫날 들은 낯선 억양의 영어는 앞으로 영어로만 진행될 수업을 불안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제가 선택했던 전공인 Society & Politics 과목은 저희 기수가 처음이어서 한동안은 기출문제도 없이 공부해야 했던 데다가 과목 특성상 서술형의 비중이 높아 과목공부와 영어공부 둘 중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담감도 많았습니다. 영어, 경제, 수학, 사회정치 네 과목에서 쏟아져 나오는 과제들을 하느라 우선순위를 세웠음에도 점심시간, 공강시간을 공부와 과제에 쓴 것은 물론, 고3때도 새워보지 않은 밤을 새는 날도 부지기수였습니다. 특히 9월, 10월에는 과제도 많은데 대학 지원 시기와도 겹쳐 과 결정과 모의지원, 자기소개서도 마무리 해야 해서 무척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시기가 지나자 사정은 더욱 심각했습니다. 바로 대부분의 과목 성적의 70%에 해당하는 최종시험이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정말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았던 과정이기에 끝마쳤을 때의 보람도 컸습니다. 합격이 되었을 때의 기쁨으로도 충분한데 장학금 6000파운드까지 받게 되어 정말 한동안 하늘을 나는 기분으로 살았습니다. 진짜 공부는 지금부터 시작일겁니다. 대학에 가서도 작년 한해 동안의 경험에서 얻은 자신감으로 행복하고 건강하게 하고 싶은 공부 마음껏 해서 꿈에 더 가까이 다가가겠습니다. 제 선택을 믿고 지원해주신 부모님 감사합니다.
만약 지금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제 후기를 읽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무엇인가를 이루는 데에는 한가지 길만 있는 것이 아니더라는 말씀을 꼭 해드리고 싶습니다. 언제, 어떤 길을 통해서라도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된다면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 그 자체가 길 위에 서면 달려갈 수 있는 원동력이 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두들 건투를 빕니다. 저도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